방치됐던 원형수조 복원하기
서검도에서 본격적으로 양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큰 공사는 장비를 들여와서 해야하므로 그 전에 그동안 방치되고 있던 중간육성장을 수리하기로 했다.
하우스로 된 중간육성장은 안에 8미터 원형수조가 3개 있다. 하우스는 50밀리 원형 파이프로 만들어진 트러스 구조로 뼈대 자체는 튼튼하게 지어진 편이다. 그런데 전에 공사하던 사람이 트럭으로 후진하면서 하우스 모서리를 받아 철골조가 휘었고 비닐이 찢어졌는데 이를 방치한 탓에 태풍이 오던 날 그곳으로 바람이 들이쳐서 비닐하우스가 모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원형수조는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색이 하얗게 바랠 정도로 삭았고 배수구는 막혀서 빗물이 고인채로 빠지지 않았다. 하우스 안에는 잡초와 갈대가 무성하게 자랐고 창문은 깨져 떨어져 나갔다. 전쟁터에서 폭격을 맞은 것 같은 형상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하우스 내부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고 각종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각종 플래스틱 통들이 쌓여 있는데 만지면 햇빛에 삭아 부스러졌다. 각종 미생물을 담았던 통과 소독제통들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것을 치우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다음은 수조에 물을 빼는 일이다. 수조의 배수구는 하우스 측면으로 나와 있는데 그 바깥쪽 끝부분에는 높다란 흙더미가 잔뜩 쌓여 있다. 전에 바다낚시터를 만들려던 업자들이 바닥을 깊게 파면서 그 흙을 이곳에 쌓아 놓은 것이다. 그 흙이 배수로의 출구를 덮어버려 원형수조의 배수가 안되는 것 같았다.
삽을 들고 배수로의 끝부분이라 생각되는 곳을 파내려 갔다. 갈대 뿌리와 뒤어킨 뻘 흙을 파내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한참 파내려가니 퇴수로 출구는 보이는데 물은 안빠진다. 그렇다면 중간이 막힌 것이다.
다시 중간을 파보기로 한다. 다시 한참을 파내고 나니 나타난 것은 깨어져서 으스러져버린 배관 조각들이었다.
전에 흙을 실어 나를 때 트럭이 배관 위로 다니면서 배관이 트럭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깨져서 내려앉아버린 것이다. 배관의 깨어진 틈으로는 뻘 흙이 가득 차 있다. 이 뻘흙을 제거하자 수조에 찼던 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운데 수조도 역시 같은 위치에서 배관이 깨져 막혀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끝에 있는 수조는 아무리 파도 퇴수용 배관이 보이질 않는다. 배관의 방향이 다른가 해서 다시 옆으로 옮겨 파 봐도 마찬가지다.
그 사이 아들은 수조 2개의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나는 퇴수로 찾는 일을 포기하고 수조 청소를 도왔다. 수조는 태양볕에 삭기 시작해 색깔도 푸른색에서 하얀색을 띠기 시작했고. 물을 뿌려가며 밀대를 밀자 표면에 하얗게 붙어있던 것들이 녹아내렸다. 몇 번씩 구슬땀을 흘려가며 닦아낸 끝에 겨우 예전의 파란색 표면이 나타났다. 이렇게 수조 하나 청소에 걸린 시간이 1시간.
두 개의 수조를 청소하고 마지막 수조를 청소하기로 했다. 다행히 마지막 수조에는 장화를 신고 들어가도 될 정도의 물만 고여 있었다.
수조 안에는 이끼와 풀들이 자라고 있었고 비닐하우스를 덮고 있던 비닐 조각들이 떨어져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가운데 퇴수를 막고 있던 파이프를 뽑아내자 ‘쪼오옥-‘ 하며 퇴수구로 물이 빨려내려가는 소리가 나며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이곳의 퇴수로는 앞선 두 개의 수조처럼 하우스 측면으로 난 것이 아니고 하우스 끝의 출입문 쪽으로 나가서 바로 그 앞의 노지로 빠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출구를 열심히 찾았지만 차지 못했던 것은 퇴수구의 출구가 갈대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조의 물이 생각지도 않게 잘 빠지는 바람에 이곳 청소도 무사히 마치고 원형수조 청소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