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육성장에 비닐하우스 씌우기
오전 9시가 넘어서 아침배를 타고 하우스 공사하는 사람들이 도착했다. 트럭 1대와 SUV 승용차 1대에 5명이 타고 왔다. 어제까지 말짱하던 하늘이 오늘은 어찌알고 심술궂은 할미처럼 잔뜩 찌뿌린 얼굴을 하고 있다. 바람도 약간 불어 하우스에 비닐을 씌울때 날리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다.
충청도에서 오신 사장님은 인상이 좋아보였고 함께 온 4명의 인부들은 모두 외국인이다. 그들 중 한 명이 한국말을 좀 하는 것 같았다. 어느나라에에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몽골에서 왔다고 한다.
하우스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은 처음이 힘들지 맨 밑에 첫번째 비닐을 씌우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덜 힘들다. 처음 비닐을 씌울 때는 밑에서도 바람이 불어 비닐이 사방으로 날리기도 하고 하우스의 서까래나 가로대 위로 비닐을 잡아 끄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첫번째 비닐이 씌워지고 나면 중간에 들어가는 보온재는 쉽게 잡아당겨지고 또 밑에서 바람이 불어 날리지도 않기 때문에 작업도 쉽고 시간도 빠르다.
사장님이 가져온 비닐을 펼쳐 놓고 하우스의 골조 상태를 확인 한 후 작업을 지시하니 인부 한 명이 하우스 가로대를 타고 4.5 미터 높이의 하우스 파이프 위를 다람쥐처럼 옮겨 다닌다. 밑에서는 양쪽에서 두 사람이 양쪽에서 비닐의 끝을 잡고 가운데 사람은 하우스 위에 올라간 사람에게 비닐의 가운데 끝부분을 올려주었다. 하우스 지붕에 올라 간 사람은 비닐을 잡아끌며 하우스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로대를 밟고 반대쪽 끝으로 내달렸다.
반대쪽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그 끝을 받아 가운데 중심선을 기준삼아 좌우 측면을 임시고정한다.
다른 사람들은 하우스의 좌측과 우측에서 비닐을 팽팽하게 잡아 당기면서 옆부분을 임시로 고정해 나간다. 바람이 불긴 했지만 다행히 사람이 많이(아들과 나를 포함해 7명) 달려들어 일시에 씌우니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이 났다.
다음은 보온재를 씌우는 일이다. 보통은 인조 솜으로 된 가벼운 보온재를 사용하는데 여기는 기온이 더 낮은 점을 감안해 그램수가 더 나가는 보온재를 사용했다. 두께도 더 두껍고 무게도 더 나갔다.
보온재를 씌우는 작업은 첫번째와 동일하지만 이미 한 겹의 비닐을 씌워놓은 상태라서 처음보다는 수월했다.
그래도 10시부터 시작한 작업이 안쪽 비닐과 보온재를 씌우는 것으로 오전 일과가 끝났다. 다음 작업은 점심을 먹고 나서 시작했다.
마지막 순서는 바깥쪽 비닐을 씌우는 일이다. 바깥쪽 비닐은 비닐 중에서 가장 두꺼운 것으로 일제가 수명이 오래 간다고 해서 그것으로 하기로 했다.
대부분은 바깥쪽 비닐을 덮고 나서 차광막을 씌우는데 우리는 여름에 이곳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차광막은 하지 않기로 했다. 늦겨울이나 봄철에 기온이 낮을 때 중간육성을 하려면 온도를 많이 올려야 하는데 차광막은 오히려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온도를 올리는데 장애가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차광막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바깥쪽 비닐은 두껍기도 하고 무게도 만만치 않아 씌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패드에 사철로 고정시키기가 어려웠다. 기존에 사용한 비닐은 얇고 보온재도 얇은 것을 사용해서 그런지 폭이 좁은 패드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온재도 두껍고 비닐도 두꺼워서 패드에 사철을 끼워 고정하는 작업이 어려웠다. 그래도 모두가 손을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비닐을 패드에 고정하는 작업이 마무리 되었다.
이제는 하우스 양쪽 옆으로 땅에 말뚝을 박고 밴드를 좌우로 둘러 묶어 매는 작업을 했다. 밴드는 모두 5군데를 둘러서 묶었다. 내 생각으로는 좀더 촘촘히 묶어야 태풍이 와도 견딜 것 같다는 생각으로 사장님에게 밴드를 더 둘러줄 것을 요구를 했더니 말뚝을 더 가져오지 못해 박을 수 없다며 나중에 우리가 사다가 더 박으라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그것으로 비닐하우스 작업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작업은 저녁배가 들어오기 한 시간 전에 끝이나서 인부들은 서검도를 한바퀴 돌며 구경할 시간을 가졌다.
뼈대만 앙상하던 중간육성장에 비닐을 씌우고나니 이제 틀이 좀 잡히는 것 같다. 내부 청소도 하고 전기도 연결하여 전등도 달았다. 창고에 있던 브로워도 꺼내다 놓았고 수조 안에 산소공급을 위한 장치와 급수장치도 해야한다. 앞으로도 할 일이 산더미다. 그래도 '언덕 위에 하얀 집' 처럼 하얗게 빛나는 중간육성장 비닐하우스를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