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나라 일기장/양식장의 하루

노지 양식장 물빼기(1)

통일왕새우 2018. 6. 10. 07:30


3월 21일 이다. 새우양식을 하러 강화에 왔다.
노지양식장은 대지가 약 4000평이고 노지수면적은 큰 호지가 약 1,700평, 작은 호지가 약 450평이다.
큰 호지는 길쭉한 편으로 한쪽은 직사각형인데 다른 한쪽은 서서히 좁아지는 삼각형 모양이다. 작은 호지는 정사각형에 가까은 직사각형이다.
문제는 작년 새우양식을 끝내고 물을 뺀 후 정리를 해야 함에도 물이 있는 상태로 방치해 둔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호지의 물 빼기.


컨테이너 창고에는 3상 5마력짜리 수중모터가 있다. 그런데 무게가 자그만치 140킬로가 넘는다. 혼자서는 꿈쩍도 않는다. 그런것을 혼자 억지로 굴리다사피 하여 뚝방 아래로 옮긴 후 수차에 사용하는 배에 간신히 매달고 4인치 주름관을 연결하여 물을 퍼냈다.
하루를 반나절은 끙끙대며 수중모터를 옮기고, 반나절은 배에 매달아 호스와 전선을 연결하는 일에 보냈다.
밤이 되어서야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물이 배수구 집수정으로 쏟아진다. 그런데 물 나오는게 시원찮다.
‘모터가 문제인가?’
하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다. 몸은 이미 녹초가 되었다. 두 사람이 들어도 힘든 쇳덩이를 혼자서 끙끙대며 옮겼으니 오죽하겠는가. ​
‘역시 양식장은 혼자 하기 어려운가?’
회의가 들기도 했으나 아내와 아이들에게 ‘혼자서도 충분하다.’며 호기롭게 시작한 일이라 첫날부터 힘들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다음날은 작은 호지의 물을 빼기로 했다.
다행히 작은 호지는 물을 뺀 상태에서 겨우내 눈과 비가 호지에 흘러든 것이라 물의 양이 많지 않아 1마력짜리 수중펌프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수중펌프가 물속에서 한 30분 돌더니 차단기가 떨어진다. 누전이 된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수중모터 속으로 물이 들어간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수중모터를 꺼내 트럭에 싣고 강화읍내 모터수리점에 갔다.


수리점 주인은 “몇일 걸리니 수리되면 전화하겠다.“며 전화번호를 적어 놓고 가란다.
수중모터를 맡겨놓고 돌아오니 할 일이 없다. 큰 호지는 수중모터는 요란하게 잘 돌아가는데 물이 시원찮게 나와 밤새 물을 펐는데도 별로 줄어든 기색이 없다.
그때 머리를 스치는 아버지의 말 한 마디.
“3상 전기는 차단기의 좌우 선을 바꾸면 모터가 역방향으로 돈다.“
아차 싶어 배전반을 열고 차단기의 좌우 전선을 바꾸어 보았다. 그랬더니 4인치 호스의 절반도 안되는 물이 나오던게 호스를 꽉 채워 콸콸콸 쏟아지는 거다.
그렇게 하룻밤을 계속 퍼냈더니 물이 줄어드는 게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큰 호지의 물은 그렇게 4일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수중모터를 배와 선착장이 있는 곳에 놓고 물을 펐는데 몇군대가 수중모터가 있는 곳보다 깊어 물이 빠지지 않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물이 고인 곳에서 수중모터가 있는 곳까지 물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물을 빼었다.
그런데 비가 온다.
비는 이틀 동안 계속 내렸다. 다시 호지에 물이 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