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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통일왕새우 2021. 6. 26. 20:24

<2018년 외포리에서 새우양식할 때 장마철에 쓴 글을 올려 봅니다.>

비가 내린다. 컨테이너하우스가 우당탕탕 소리가 날 정도로 세찬 비가 내린다. 장마가 시작된 것이다. 노지양식장에서 가장 걱정거리는 장마다. 장마를 어떻게 잘 넘기느냐에 따라 1년 양식의 성패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지난 주부터 일기예보에서 장마가 시작된다는 말을 들어 내심 걱정을 하던 참이었는데 새벽부터 하늘에서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하우스 안의 수조에 있던 새우를 조금씩 노지양식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수요일까지 수조 하나를 전부 비우고 나머지 한 개 수조에서 절반 정도의 새우를  3개의 노지 양식장에 나누어 옮기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날 휴대폰 일기예보에서 장마 소식을 접한 것이다.
그래서 새우를 노지로 옮기는 작업을 중단하고 목요일부터 장마 대비에 들어갔다. 우선 지난 5~6월 중 내린 비로 망가진 제방을 보수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그리고 다른 양식장과는 달리 이곳은 양식장이 지대가 매우 낮고 특히 배수로가 없어 비가 오면 그 물이 그대로 노지 양식장을 흘러 들어가는 구조여서 이것을 보수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 4월에 한 개 의 호지를 3개로 나누면서 새로 쌓은 제방이 그 사이 비로 인해 침하가 많이 진행되어 예상보다 제방 높이가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맨 끝에 예비수조가 있는 쪽의 제방 일부는 바닷물 취수과정에서 100밀리 주름관이 찢어져 그때 쏟아진 물로 인해 폭 1미터 정도가 유실된 것을 급히 보수한 상태였다. 그래서 장마가 시작되면 가장 조심해야할 곳 중 하나다.
우선 내가면 농협에 가서 비닐을 사왔다. 그리고 지난 번 모래여과기를 사왔을 때 여과재로 사용할 모래를 담았던 마대자루를 모두 모았다. 마대자루는 모두 23개. 물에 씻겨 유실된 폭 1미터 가량의 제방에 마대자루에 뻘 흙을 담아 붕괴된 제방에 쌓았다. 뻘흙은 너무 무거웠다. 마대에 뻘흙을 절반만 채워도 혼자서 옮기려면 진땀이 났다.
날씨는 왜 이리도 더운지 오전에 일하러 나오면서 냉장고에서 꺼내 온 1.8리터 생수 한 병이 반 나절 만에 동이 났다.
이곳의 흙은 모두 뻘로 돼 있다. 뻘 흙은 진흙에 비해 끈기가 없어 물만 닿으면 금방 흘러 버린다. 그리고 물기가 마르면 푸석푸석하다. 대신 물 먹은 뻘흙은 삽으로 잘 떠지지도 않고 엄청 무겁다.
제방이 유실될 때 흘러 내렸던 뻘흙을 모아 다시 제방에 쌓으려니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뻘흙은 젖어 무거운데다 제방의 경사면은 미끄럽고 마대를 움켜쥔 손아귀의 힘은 점점 빠져 가고......
마대를 제방의 양쪽 경사면에 축대처럼 쌓고 가운데는 그 옆 제방에서 낫으로 베어낸 갈대를 깔았다. 그리고 다시 마대에 뻘흙을 담아 갈대 위에 쏟아 부었다. 마치 시루떡 만들듯 뻘흙과 갈대를 번갈아 가며 켜켜이 쌓았다. 만약 비가 스며들더라도 쉽게 쓸려내려가지 않게 하려는 뜻이었다.
그렇게 한나절을 씨름한 끝에 제방 보수가 끝났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가 와도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제방위를 비닐로 덮었다. 그리고 고정핀과 돌로 날아가지 않게 잘 눌러 놓았다.
다음날에는 야외호지로 물이 흘러 들어갈 만한 부분을 보수했다. 지대가 낮아 물이 흘러 들어갈 만한 곳은 갈대와 풀을 베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지대를 높여주었다.그리고 물이 모일 수 있도록 반대쪽에 길게 수로를 팠다. 물론 지대가 낮아 외부로 물이 빠질 곳이 없으니 수로라기 보다는 제방을 따라 길다랗게 파놓은 물웅덩이란 표현이 맞다. 제방 위로 비가 와서 고이면 결국 그 물이 노지양식장으로 흘러들게 되는데 양식장으로 흘러들지 못하게 하려면 결국 물을 모아둘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장맛비가 쏟아질때만 물을 모아둘 수 있으면 비가 그치고 하루만 지나도 고인 물은 뻘흙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노지양식장에 피해를주지 않는다.
이렇게 제방 주변 낮은 곳을 찾아다니며 제방을 보수하고 물웅덩이(저수지(?))도 수십 개를 만들었다. 그렇게 어제까지 개고생(?)을 했다.
이제 장마가 와도 걱정이 없겠다 싶어 안심이 되었다. 새벽부터 쏟아지는 비에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며칠 중노동에 지쳐 아침 새우 밥 주는 것도 빼먹고 마냥 누워 게으름을 피웠다.
9시가 되어 겨우 일어나 옷을 걸쳐 입고 장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장대비는 계속 쏟아졌다. 먼저 어제까지 작업한 부분이 장맛비에 잘 버티고 있는지 돌아봤다. 대체로 양호한 상태였다. 다만 경사진 곳 몇군데는 맨 밑부분이 흘러내린 빗물이 고여 넘치기 시작했다.  넘친 물은 조금씩 노지양식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급히 삽을 가져다 물이 넘치는 곳의 둑을 높이 쌓았다. 그리고 경사진 곳을 계단식으로 웅덩이를 팠다.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몇단계에 걸쳐 차단이 되도록 했다. 그래야 맨 아래에서 물이 흘러 넘치지 않을테니.
1시간 가량 비를 맞으며 몇군데를 보수하고 나니 좀 안심이 되었다. 비가 세차게 내려도 오늘 하루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이면 또 해가 뜰테니. (일기예보에서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
모든 바이러스나 병원균은 주로 물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노지양식장에서 장마가 가장 무서운 이유는 장마때 가장 많은 물이 노지양식장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외부의 물이 양식장으로 흘러 들어갈 때 바이러스나 병원균도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이때 물 속의 미생물 생태계에도 갑작스런 변화가 온다. 물을 타고 들어온 외부의 미생물들이 기존의 물 속 미생물들과 전쟁을 벌이가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플락 방식으로 양식을 하고 있던 노지양식장이라면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해 진다. 왜냐하면 그동안 잘 관리돼 왔던 미생물 생태계가 외부에서 유입된  유해균으로 인해 파괴 또는 교란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양식장에 빗물이 유입됨으로써 갑작스런 염도의 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짠물에서 사는 새우가 갑자기 염도가 낮아지면 체내에 삼투압 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면역력도 급격히 나빠진다. 그러다보니 빗물과 함께 유입된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된다. 몇년 전 전남 영광의 노지양식장들이 그 해 영광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호우로 인해 전량 폐사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장마철에 노지양식장으로 빗물이 유입되는 것은 무조건 최소화 해야 되는 것이다.
양식을 하고부터 여름 장마가 무섭다. 올 장마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원해 본다.